사이판 4박5일 신혼여행 늦은 후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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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amNEve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04-06-05 08:10 조회9,01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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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맛없는 기내식을 마치고, 기내에 있는 담요(승객들이 몰래 들고가 버려서 항공사에서 손해를 끼친다고 뉴스에도 나오던 그 담요. 접었을 때는 조그만한 데 펼치면 한 사람은 충분히 덮을 만하고 바람은 막을 수 있어서 따스할 것 같더군요)를 덮고 눈을 좀 붙였습니다. 옆에 있는 신부는 피곤한 지 먼저 잠이 들었고, 배정받은 좌석은 창가쪽 두 자리였는데, 신부가 앉으려고 했었지만 제가 앉을 수밖에 없었지요. 비상구가 위치한 곳이라서 비상사태시에 승무원을 도와서 승객들을 탈출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연약'한 신부를 시킬 수는 없었답니다. 사실, 장거리항공여행을
할 경우에는 창가쪽보다는 통로쪽이 좋답니다. 화장실도 쉽게 갈 수 있고,
일어나서 몸도 좀 풀려고 하면 옆사람 눈치 덜 보는 통로쪽이 좋다는 군요.
지상 1만미터 상공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비행기 바깥의 온도는 영하입니다. 그래서인지 창가에 앉아서 졸던 저에게는 그 담요는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더군요. 비행기벽이 차갑게 느껴집니다. 비행시간이 짧은 국내선인 경우 창가쪽은 외부경치를 볼 수 있어서 좋은데, 야간에 먼 거리를 날아가는 국제선 이코노미클래스의 창가석은 별로인 것 같습니다.
비행기타고 4시간10여분 지나서 사이판에 도달한 시간은 새벽 1시30분 정도, 기내에서는 미리 사이판 입국신고서를 쓰도록 스튜어디스들이 입국신고서랑 북마리아나관광청에서 나온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하더군요. 그것
작성하고 입국심사시에 제출합니다. 입국시에 짐검사는 따로 하지 않더군요. 대신 심사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동작이 많이 느리더군요. 새벽에 일하느라 피곤한 기색도 보이고, 더운 날씨에 땀도 많이 흘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입국심사대 앞에서 승객들 안내하는 공항관계자분 중 한 분은 한국계인지 한국말로 안내 및 정리를 하시더군요. 한국에서 온 비행기라서 그 분이 맡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입구에는 많은 가이드분들이 서 있고 어느여행사에서 왔는 지를 묻더군요. 사이판몰이라고 하자 안경 낀 젊은 남자분이 와서 잠깐만 기다리시라고 하고, 다른 일행 4분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후덥지근한 날씨가 느껴지더군요. 바람은 좀 불어서 나은 것 같은데, 비가 왔었는 지 땅이 조금 젖여있더군요.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로 열대지방에 흔히 있는 '스콜'이라는 국지성소나기라더군요. 조금 기다리니 두커플을 가이드가 데리고 와서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가이드분은 분 소속은 LG투어라고 랜드굿투어로 LG와는 무관하다고 하고 운전하시면서 차내 마이크를 이용해서 간단하게 사이판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더군요. 우리가 묵을 호텔은 사이판에서 가장 큰 워터파크를 가진 PIC였는데 공항에서는 가장 가까운 곳이라서 제일 먼저 도착했습니다. 도착하니 다른 여행사를 통해서 온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더군요. 여행기간 내내 한국사람들과 계속 부딪히게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요. 아침 9시에 로비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우리는 객실로 향했지요. 객실에서 한국어로 안내책자가 비치되어 있어서 언어로 인한 불편함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방송도 나오더군요. 에어컨을 틀어놔서 객실은 덥지않고 약간은 서늘하기도 했지요. 가이드분께서 미리 모닝콜을 예약해 놓아서 아침기상시간은 걱정하지 않고 그냥 잠들었습니다.
8시가 넘어 일어나서 호텔 마젤란뷔페에서 아침을 먹는 데, 그제서야 한국이 아닌 외국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나더군요. 한국사람처럼 보이는 일본인들도 많고, 일본인인 것 같은 한국인도 있고..
미국인인지 러시아인인지,. 파란눈에 금발을 한 사람들, 다양한 색상의 사람들이 많더군요. 간단히 식사 마치고 로비로 가니 가이드분께서 벌써 와서 기다리시네요. 차를 타니 다른 팀들은 이미 와 계시고 첫날 일정인
사이판섬 시내관광을 나섰습니다.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서 가는 데 바다색깔이 참 다양하더군요. 수심도 해안에서 멀리까지 나가도 사람 키높이 정도밖에 안된답니다. 천혜의 산호초로 이루어진 방파제가 섬 주변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파도가 높게 치지 못하고 고요합니다. 처음 간 곳은 만세절벽이라고 태평양전쟁때 일본군들이 최후까지 저항하다가 자살을 했다는 곳인데 해안 절벽이 멋지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일본인 수학여행단이 있어서 왁자찌껄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는 데 우리팀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물러나더군요. 가이드가 바다를 가리키면서 한국의 해안선과 뭐가 다른가 비교해보라더군요. 바다색깔이 무척 짙은 파란색이라는 것과 180도 가까이 펼쳐진 해안선은 둥그스런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 한국에서 본 수평선가 다른 점이랍니다. 지구가 확실히 둥글다는 것을 알 수 있겠더군요. 산쪽으로 바라보면 자살절벽이 보이고, 기념비도 세워져 있고..., 일본사람들에게는 향수어린 곳이라서 관광객이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거기를 나와서 섬의 북쪽끝까지 같다가 되돌아오면서 일본군사령부가 있던 바위굴에도 들르고, 한국인위령탑이 세워진 곳도 들렀습니다. 사이판에 징용으로 끌려와서 갖은 고초를 겪다가 결국에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치신 동포들이 수천, 수만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사이판 바닷속에 위령비를 세웠다고 예전에 방송에서 봤었는데 그것에 대한 비문도 있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아픈 일들이 없기를 바라며, 그분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잠시 가졌었습니다.
도로는 그리 크지 않지만 주변에 자연과 잘 어울리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특이하게 횡단보도 신호등의 표시는 손바닥으로 되어 있더군요. 신호색깔은 우리와 같지만, 도로 옆으로 조그맣게 산책로도 만들어져 있어서 운동삼아 다닐만도 할 것 같더군요. 사이판은 인구가 2만여명 정도 되는데 한국인은 3천명 정도 있답니다. 고교까지 무상의무교육이고, 자녀양육비로 매월300달러를 정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한국처럼 사교육비때문에 가계가 휘청거리는 경우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후탓으로 아이들 등교시간은 7시까지라고 하네요. MTB를 타고 다니는 일본인관광객도 있었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팀도 있는데, 사이판 도로에서 70~80킬로의 속도는 엄청 빠른 속도랍니다. 그 이상의 속도를 내면 안된답니다.
오늘의 관광일정은 오전은 시내관광, 오후에는 호텔에서 쉬려고 했었는데, 가이드가 3일동안의 선택관광을 권유하더군요. 이것저것 많이 해보기로 하고 오후에 정글투어를 선택했습니다. 점심을 호텔로 돌아와서 먹고 오후 2시쯤 정글투어가이드를 로비에서 만났습니다. 중년신사분이신대, 첫인상이 조금 무뚝뚝해 보이시더군요. 양사장님(y2chul@yahoo.com)이라는 그 분은 4륜구동 7인승짚차를 몰고 오셨는데, 우리나라 갤로퍼나 코란도 비슷한 차량인데, 정글투어는 이 차가 아니면 못가는 곳이라니 기대가 되더군요. 차를 타고 가면서 사이판을 대표하는 '플로메리'라는 하얀 꽃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더군요. 이 꽃은 향기가 강해서 방안에 이 꽃을 두고 잠을 자게 되는 경우, 정신을 잃고 그대로 딴세상으로 간답니다. 사이판에서는 꽃을 왼쪽귀에 꽂으면 유부녀란 뜻이고 오른쪽에 꽂은 경우에는 처녀라고 하더군요. 왼쪽귀에 꽃이 있는 여성분은 함부로 넘보시면 안된답니다. 사이판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hafa adai' 하파다이 라고 하는 데 오른손의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펴고 나머지손가락은 구부린 상태에서 흔들면서 이야기하면 된답니다. 여행기간 중에 그 모션을 잘못해서 집게손가락을 펴서 하다가 호텔 클럽메이트가 그건 '록큰롤'을 뜻한다고 정정을 해 주었답니다.
사이판 차량번호판 위쪽을 보시면 영어로 하파다이 라고 써 있기도 합니다.
정글투어 일행은 우리와 같은 신혼부부 한쌍, 그리고 중년 남자분 두분 이렇게 6명이 같이 이동했습니다. 처음 간 곳은 산타루데스 성당이라고 사이판 최대 성당이라지만 그리 크지는 않더군요. 개인사유지를 관광객들과 주민들에게 개방해 놓은 곳이라고 하는데 실외에 절벽같은 곳에 마리아상이 있는데 프랑스에서 제작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상은 바닷속에 난파된 배에서 건져올린 것이라고 합니다. 보통성당의 마리아상과는 조금 다르답니다.
그 곳에 성수가 나오는 곳이 있는 데 손을 씻고 3번 마시면서 소원을 빈다고 합니다. 그곳을 나와서사이판섬 한가운데 있는 해발 400여미터 차포차우 산 정상을 향했습니다. 산 정상까지 산호초를 가지고 도로가 포장되어 있었는데 4륜구동 아니면 오르기 힘들 것 같더군요. 가는 길에 많은 집들이 있는데, 부자들이 사는 동네랍니다. 우리나라와 틀리게 도로가 비포장된
상태로 있는 것은 주변의 방해를 받기 싫어서 일부러 개발을 안한다는 이야기도 하시더군요. 차포차우 산 정상에 가니 동쪽에서 세찬 무역풍이 불어오고 있고 사이판섬이 한눈에 거의 바라다 보입니다. 그리 크지 않은 섬이라는게 확인되고, 동서남북으로 사진을 찍으면 섬 지도가 만들어질 것 같더군요. 능숙한 가이드께서 각 방향에 맞는 사진을 찍어주셨답니다. 그곳을
나와서 들른 곳은 원주민농장인데, 그 곳에선 개인닭장을 가진 싸움닭들이 많이 있더군요. 사이판에서는 투계가 유명하답니다. 싸움닭들을 같은 우리에 두면 서로 싸워서 지낼 수가 없어서 별도의 우리를 만들어 놓는데, 날렵한 몸매의 수탉들은 저마다 자기 목소리를 낸다고 시끄럽더군요. 거기서
원주민 음식 '아부기기'라는 것을 맛봤는데, 야자열매의 속살과 밀가루를 섞어서 떡살처럼 만들어 바나나잎으로 싸서 구운 것인데, 맛이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게 우리나라 떡을 먹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보다 먼저 싱싱한 야자를 따서 그 국물을 먹었는 데 예전에 조금 맛보았던 것보다 더 시원하고 상큼하더군요. 다 마시고 나서 속살을 깍아서 먹었는 데 그것도 먹을만 합니다. 야자열매는 색깔이 푸른 것도 있고 누런것도 있는데, 색깔로 숙성정도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겉껍질을 벗기고 나서 나온 둥그런 씨앗속의 하얀 속살의 두께를 보고 판단한답니다. 두께가 1Cm는 되어야 잘 익은 야자열매라네요. 영어로 코코아, 초콜렛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커피크림이 되기도 하는 열대지방 대부분 섬들에 공통적으로 자라는 식물입니다. 수십 또는 수백킬로나 떨어져 있는 섬들에 공통적으로 이런 나무가 자란다는 사실이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지요. 원주민 마을을 떠나서 향한 곳은 태평양이 바라다보이는 해안가인데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이 정말 장난 아닙니다. 나무들로 우거진 숲에 길이 나 있는데 울퉁불퉁 걸어서 가기도 쉽지 않을 듯한 길을 짚차가 가는데 청룡열차를 탄 것같은 그런 요동을 느끼게 됩니다.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길었다면 아마도 배속에 있던 내용물을 확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지 않았을 까 싶습니다. 해안가 멀리 양쪽으로는 사람의 얼굴모습을 한 바위가 있습니다. 타로오포포라는 이름의 이 해안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무역풍을 타고 엄청난 파도가 밀려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 파도가 십여미터짜리라더군요.
해안가는 얕은 데 조금만 나가면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곳이랍니다. 가이드분이 알려주신 방향으로 나가서 파도의 높이를 확인해 볼 수도 있었답니다. 정글투어의 코스가 보통 이렇게 4가지가 되는 데 관광객들의 태도와 가이드의 서비스에 따라 1시간반만에 끝날 수도 있고 3시간까지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이판의 이곳 저곳을 둘러볼 수 있고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는 군요.
맛없는 기내식을 마치고, 기내에 있는 담요(승객들이 몰래 들고가 버려서 항공사에서 손해를 끼친다고 뉴스에도 나오던 그 담요. 접었을 때는 조그만한 데 펼치면 한 사람은 충분히 덮을 만하고 바람은 막을 수 있어서 따스할 것 같더군요)를 덮고 눈을 좀 붙였습니다. 옆에 있는 신부는 피곤한 지 먼저 잠이 들었고, 배정받은 좌석은 창가쪽 두 자리였는데, 신부가 앉으려고 했었지만 제가 앉을 수밖에 없었지요. 비상구가 위치한 곳이라서 비상사태시에 승무원을 도와서 승객들을 탈출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연약'한 신부를 시킬 수는 없었답니다. 사실, 장거리항공여행을
할 경우에는 창가쪽보다는 통로쪽이 좋답니다. 화장실도 쉽게 갈 수 있고,
일어나서 몸도 좀 풀려고 하면 옆사람 눈치 덜 보는 통로쪽이 좋다는 군요.
지상 1만미터 상공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비행기 바깥의 온도는 영하입니다. 그래서인지 창가에 앉아서 졸던 저에게는 그 담요는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더군요. 비행기벽이 차갑게 느껴집니다. 비행시간이 짧은 국내선인 경우 창가쪽은 외부경치를 볼 수 있어서 좋은데, 야간에 먼 거리를 날아가는 국제선 이코노미클래스의 창가석은 별로인 것 같습니다.
비행기타고 4시간10여분 지나서 사이판에 도달한 시간은 새벽 1시30분 정도, 기내에서는 미리 사이판 입국신고서를 쓰도록 스튜어디스들이 입국신고서랑 북마리아나관광청에서 나온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하더군요. 그것
작성하고 입국심사시에 제출합니다. 입국시에 짐검사는 따로 하지 않더군요. 대신 심사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동작이 많이 느리더군요. 새벽에 일하느라 피곤한 기색도 보이고, 더운 날씨에 땀도 많이 흘리는 것 같기도 하고, 입국심사대 앞에서 승객들 안내하는 공항관계자분 중 한 분은 한국계인지 한국말로 안내 및 정리를 하시더군요. 한국에서 온 비행기라서 그 분이 맡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공항에서 빠져나오는 입구에는 많은 가이드분들이 서 있고 어느여행사에서 왔는 지를 묻더군요. 사이판몰이라고 하자 안경 낀 젊은 남자분이 와서 잠깐만 기다리시라고 하고, 다른 일행 4분이 나오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후덥지근한 날씨가 느껴지더군요. 바람은 좀 불어서 나은 것 같은데, 비가 왔었는 지 땅이 조금 젖여있더군요. 나중에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로 열대지방에 흔히 있는 '스콜'이라는 국지성소나기라더군요. 조금 기다리니 두커플을 가이드가 데리고 와서 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가이드분은 분 소속은 LG투어라고 랜드굿투어로 LG와는 무관하다고 하고 운전하시면서 차내 마이크를 이용해서 간단하게 사이판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더군요. 우리가 묵을 호텔은 사이판에서 가장 큰 워터파크를 가진 PIC였는데 공항에서는 가장 가까운 곳이라서 제일 먼저 도착했습니다. 도착하니 다른 여행사를 통해서 온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더군요. 여행기간 내내 한국사람들과 계속 부딪히게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요. 아침 9시에 로비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우리는 객실로 향했지요. 객실에서 한국어로 안내책자가 비치되어 있어서 언어로 인한 불편함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방송도 나오더군요. 에어컨을 틀어놔서 객실은 덥지않고 약간은 서늘하기도 했지요. 가이드분께서 미리 모닝콜을 예약해 놓아서 아침기상시간은 걱정하지 않고 그냥 잠들었습니다.
8시가 넘어 일어나서 호텔 마젤란뷔페에서 아침을 먹는 데, 그제서야 한국이 아닌 외국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나더군요. 한국사람처럼 보이는 일본인들도 많고, 일본인인 것 같은 한국인도 있고..
미국인인지 러시아인인지,. 파란눈에 금발을 한 사람들, 다양한 색상의 사람들이 많더군요. 간단히 식사 마치고 로비로 가니 가이드분께서 벌써 와서 기다리시네요. 차를 타니 다른 팀들은 이미 와 계시고 첫날 일정인
사이판섬 시내관광을 나섰습니다. 서쪽 해안도로를 따라서 가는 데 바다색깔이 참 다양하더군요. 수심도 해안에서 멀리까지 나가도 사람 키높이 정도밖에 안된답니다. 천혜의 산호초로 이루어진 방파제가 섬 주변을 감싸고 있기 때문에 파도가 높게 치지 못하고 고요합니다. 처음 간 곳은 만세절벽이라고 태평양전쟁때 일본군들이 최후까지 저항하다가 자살을 했다는 곳인데 해안 절벽이 멋지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일본인 수학여행단이 있어서 왁자찌껄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는 데 우리팀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물러나더군요. 가이드가 바다를 가리키면서 한국의 해안선과 뭐가 다른가 비교해보라더군요. 바다색깔이 무척 짙은 파란색이라는 것과 180도 가까이 펼쳐진 해안선은 둥그스런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 한국에서 본 수평선가 다른 점이랍니다. 지구가 확실히 둥글다는 것을 알 수 있겠더군요. 산쪽으로 바라보면 자살절벽이 보이고, 기념비도 세워져 있고..., 일본사람들에게는 향수어린 곳이라서 관광객이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거기를 나와서 섬의 북쪽끝까지 같다가 되돌아오면서 일본군사령부가 있던 바위굴에도 들르고, 한국인위령탑이 세워진 곳도 들렀습니다. 사이판에 징용으로 끌려와서 갖은 고초를 겪다가 결국에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치신 동포들이 수천, 수만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사이판 바닷속에 위령비를 세웠다고 예전에 방송에서 봤었는데 그것에 대한 비문도 있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아픈 일들이 없기를 바라며, 그분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잠시 가졌었습니다.
도로는 그리 크지 않지만 주변에 자연과 잘 어울리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았습니다. 특이하게 횡단보도 신호등의 표시는 손바닥으로 되어 있더군요. 신호색깔은 우리와 같지만, 도로 옆으로 조그맣게 산책로도 만들어져 있어서 운동삼아 다닐만도 할 것 같더군요. 사이판은 인구가 2만여명 정도 되는데 한국인은 3천명 정도 있답니다. 고교까지 무상의무교육이고, 자녀양육비로 매월300달러를 정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한국처럼 사교육비때문에 가계가 휘청거리는 경우는 없을 것 같습니다. 기후탓으로 아이들 등교시간은 7시까지라고 하네요. MTB를 타고 다니는 일본인관광객도 있었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팀도 있는데, 사이판 도로에서 70~80킬로의 속도는 엄청 빠른 속도랍니다. 그 이상의 속도를 내면 안된답니다.
오늘의 관광일정은 오전은 시내관광, 오후에는 호텔에서 쉬려고 했었는데, 가이드가 3일동안의 선택관광을 권유하더군요. 이것저것 많이 해보기로 하고 오후에 정글투어를 선택했습니다. 점심을 호텔로 돌아와서 먹고 오후 2시쯤 정글투어가이드를 로비에서 만났습니다. 중년신사분이신대, 첫인상이 조금 무뚝뚝해 보이시더군요. 양사장님(y2chul@yahoo.com)이라는 그 분은 4륜구동 7인승짚차를 몰고 오셨는데, 우리나라 갤로퍼나 코란도 비슷한 차량인데, 정글투어는 이 차가 아니면 못가는 곳이라니 기대가 되더군요. 차를 타고 가면서 사이판을 대표하는 '플로메리'라는 하얀 꽃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더군요. 이 꽃은 향기가 강해서 방안에 이 꽃을 두고 잠을 자게 되는 경우, 정신을 잃고 그대로 딴세상으로 간답니다. 사이판에서는 꽃을 왼쪽귀에 꽂으면 유부녀란 뜻이고 오른쪽에 꽂은 경우에는 처녀라고 하더군요. 왼쪽귀에 꽃이 있는 여성분은 함부로 넘보시면 안된답니다. 사이판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말은 'hafa adai' 하파다이 라고 하는 데 오른손의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펴고 나머지손가락은 구부린 상태에서 흔들면서 이야기하면 된답니다. 여행기간 중에 그 모션을 잘못해서 집게손가락을 펴서 하다가 호텔 클럽메이트가 그건 '록큰롤'을 뜻한다고 정정을 해 주었답니다.
사이판 차량번호판 위쪽을 보시면 영어로 하파다이 라고 써 있기도 합니다.
정글투어 일행은 우리와 같은 신혼부부 한쌍, 그리고 중년 남자분 두분 이렇게 6명이 같이 이동했습니다. 처음 간 곳은 산타루데스 성당이라고 사이판 최대 성당이라지만 그리 크지는 않더군요. 개인사유지를 관광객들과 주민들에게 개방해 놓은 곳이라고 하는데 실외에 절벽같은 곳에 마리아상이 있는데 프랑스에서 제작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상은 바닷속에 난파된 배에서 건져올린 것이라고 합니다. 보통성당의 마리아상과는 조금 다르답니다.
그 곳에 성수가 나오는 곳이 있는 데 손을 씻고 3번 마시면서 소원을 빈다고 합니다. 그곳을 나와서사이판섬 한가운데 있는 해발 400여미터 차포차우 산 정상을 향했습니다. 산 정상까지 산호초를 가지고 도로가 포장되어 있었는데 4륜구동 아니면 오르기 힘들 것 같더군요. 가는 길에 많은 집들이 있는데, 부자들이 사는 동네랍니다. 우리나라와 틀리게 도로가 비포장된
상태로 있는 것은 주변의 방해를 받기 싫어서 일부러 개발을 안한다는 이야기도 하시더군요. 차포차우 산 정상에 가니 동쪽에서 세찬 무역풍이 불어오고 있고 사이판섬이 한눈에 거의 바라다 보입니다. 그리 크지 않은 섬이라는게 확인되고, 동서남북으로 사진을 찍으면 섬 지도가 만들어질 것 같더군요. 능숙한 가이드께서 각 방향에 맞는 사진을 찍어주셨답니다. 그곳을
나와서 들른 곳은 원주민농장인데, 그 곳에선 개인닭장을 가진 싸움닭들이 많이 있더군요. 사이판에서는 투계가 유명하답니다. 싸움닭들을 같은 우리에 두면 서로 싸워서 지낼 수가 없어서 별도의 우리를 만들어 놓는데, 날렵한 몸매의 수탉들은 저마다 자기 목소리를 낸다고 시끄럽더군요. 거기서
원주민 음식 '아부기기'라는 것을 맛봤는데, 야자열매의 속살과 밀가루를 섞어서 떡살처럼 만들어 바나나잎으로 싸서 구운 것인데, 맛이 쫀득쫀득하고 달콤한 게 우리나라 떡을 먹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보다 먼저 싱싱한 야자를 따서 그 국물을 먹었는 데 예전에 조금 맛보았던 것보다 더 시원하고 상큼하더군요. 다 마시고 나서 속살을 깍아서 먹었는 데 그것도 먹을만 합니다. 야자열매는 색깔이 푸른 것도 있고 누런것도 있는데, 색깔로 숙성정도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겉껍질을 벗기고 나서 나온 둥그런 씨앗속의 하얀 속살의 두께를 보고 판단한답니다. 두께가 1Cm는 되어야 잘 익은 야자열매라네요. 영어로 코코아, 초콜렛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커피크림이 되기도 하는 열대지방 대부분 섬들에 공통적으로 자라는 식물입니다. 수십 또는 수백킬로나 떨어져 있는 섬들에 공통적으로 이런 나무가 자란다는 사실이 조금은 신기하기도 하지요. 원주민 마을을 떠나서 향한 곳은 태평양이 바라다보이는 해안가인데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이 정말 장난 아닙니다. 나무들로 우거진 숲에 길이 나 있는데 울퉁불퉁 걸어서 가기도 쉽지 않을 듯한 길을 짚차가 가는데 청룡열차를 탄 것같은 그런 요동을 느끼게 됩니다. 거리가 그리 길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길었다면 아마도 배속에 있던 내용물을 확인하는 진풍경이 벌어지지 않았을 까 싶습니다. 해안가 멀리 양쪽으로는 사람의 얼굴모습을 한 바위가 있습니다. 타로오포포라는 이름의 이 해안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무역풍을 타고 엄청난 파도가 밀려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 파도가 십여미터짜리라더군요.
해안가는 얕은 데 조금만 나가면 수심이 급격하게 깊어지는 곳이랍니다. 가이드분이 알려주신 방향으로 나가서 파도의 높이를 확인해 볼 수도 있었답니다. 정글투어의 코스가 보통 이렇게 4가지가 되는 데 관광객들의 태도와 가이드의 서비스에 따라 1시간반만에 끝날 수도 있고 3시간까지 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이판의 이곳 저곳을 둘러볼 수 있고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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